브라질 음악/Artist 11

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2

이전 글(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1)에서 이어집니다. 금지된 과일을 먹은 페미니스트 솔로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1972년, 리타는 묘하게 음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고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지는 등 가수로서의 경력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 탈퇴 후 방문한 런던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고 다시금 동력을 얻게 된다. 런던 여행 중 데이비드 보위과 믹 재거의 글램 록을 접하게 된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Ziggy Stardust’가 바로 1972년에 발표되었다.) 금기를 희롱하는 전통적 복장 관습의 파괴, 충격적일만큼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데이비드 보위의 무대는 그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본래 여성스러운 히피 스타..

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1

지난 6월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 최근 우리 곁을 떠난 세명의 브라질 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었었다. 여기서 이 세 명이란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가우 코스타, 그리고 리타 리다. 브라질 대중 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보사노바-트로피칼리아 무브먼트-MPB의 태동기에 나타난 이 뮤지션들을, 특히나 여성으로서 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엮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리즈인 리타 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록이라는 장르가 그리 인기가 없는 요즘, 리타 리의 음악은 세 아티스트들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인지 알고 나면 그녀의 음악이 궁금해지리..

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2

이전 글(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1)에서 이어집니다. 삼바, 보사노바, 블루스, 락… 모든 것을 집어삼킨 목소리 가우 코스타의 앨범들을 찬찬히 들어보면 락 스타일의 음악과 더불어 블루스, 보사노바 등의 스타일이 다양하게 혼재해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 세계가 한 방향으로 선형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이루었음을, 각각의 앨범이 내는 분위기는 명확하게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왔음을 느끼게 된다. 실험적인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가는, 얼마 후에는 듣기 편하면서도 의미를 곱씹게 하는 음악을 내며 듣는 이들을 쥐락펴락한다. 가우 코스타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971년 발매한 라이브 앨범 [-Fa-Tal-..

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1

노래하는 매력덩어리(Encanto do canto), 가우 코스타(Gal Costa) 1960년대 초반의 브라질에는 나라의 발전과 안정, 번영에 대한 희망이 가득했다. 젊은 사람들은 현대적으로 건설된 도시의 아파트에서 세련된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고, 이때 탄생한 보사노바는 미국 무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브라질 최고의 수출품이 되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활기차게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브라질에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자 예술가들은 이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음악의 영역에서는 약 20년간 삼바, 보사노바, 락, 재즈 등을 브라질의 전통 음악과 결합하며 발전시킨 브라질의..

마르코스 발레와 아지무스의 아시아 투어

Marcos Valle 와 Azymuth가 아시아에 다녀갔다. 도쿄와... 무려 서울에! 서울에서 이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볼 기회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예매를 놓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6월부터 열띤 마음으로 기다려왔더랬다. 그리고, 한 번으로는 아쉬울 것 같아 급기야 도쿄 콘서트까지 다녀오고 말았다. 원래 미국이나 유럽까지 가서 볼 계획이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종종 다큐에서 마이클 잭슨이나 비틀즈 같은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던 중 팬들이 실신하는 모습을 보고는 왜 그러는 걸까?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콘서트를 보고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영혼에 매일같이 말을 걸어주던,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린..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삶과 음악 2

더보기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삶과 음악 1에서 계속됩니다. 솔로이스트로서의 아스트루드 : 보사노바의 빛나는 얼굴이자 목소리 다행히 스탄 게츠 콰르텟의 게스트 보컬로 활동하는 동안 아스트루에게 다양한 제안이 들어왔고, 게츠와의 계약이 끝난 1964년 12월부터 자신의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1965년부터 1971년까지 아스트루드는 Verve와 CTI Record에서 총 10장의 앨범을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아래는 내가 뽑은 네 장이다. [The Astrud Gilberto Album, Verve/1965] 아스트루드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오리지널 보사노바 군단’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주앙 도나투가 참여했고 색소폰과 플롯에는 버드 생크가 참여했다. Agua de Be..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삶과 음악 1

[Getz/Gilberto]의 그 목소리,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간주가 시작되면 1초만에 알아챌 수 있는 그 노래, The Girl from Ipanema의 주인공,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언제 들어도 꿈꾸는 듯 몽환적이고 사랑스러우며 꾸밈없이 순수한 목소리의 그녀가 얼마 전 작고했다. 그러고보니 2002년에 낸 마지막 앨범을 끝으로 무려 21년동안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던 아스트루드였다. 문득 그녀의 삶과 음악 여정이 궁금해졌고, [Getz/Gilberto]의 영광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어떤 음악인생을 살았는지 남겨보고자 한다. 아스트루드가 가수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유명하다. 1963년, 당시 남편이자 보사노바의 창시자인 주앙 질베르토Joã..

기타리스트 바덴 파웰 Baden Powell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들

브라질의 '기타의 신'이라고도 불리우는 바덴 파웰(Baden Powell). 클래식 기타 연주를 통해 브라질의 전통 리듬과 서양 음악(클래식)의 화성의 조화로움을 연주해낸 기타리스트로 보사노바를 듣다보면 그의 연주와 그가 작곡한 곡을 반드시 듣게 된다. 파웰 연주의 특징은 라틴 기타 특유의 탄력과 애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 개방현을 때리면서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함이 타악기를 연상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는 '파웰 기법'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음악세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함께 만들었던 "아프로 삼바 Afro-Samba"일 것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대표곡 Berimbau를 소개한 바 있는데 - 보사노바가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떠오르..

에우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가 그린 보사노바

잘 알려진 것처럼 에우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는 건반 연주자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이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하며 브라질-미국-유럽 등 활동 무대와 역할, 음악 스타일을 바꿔왔기에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습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1972년 자신의 솔로 데뷔작 를 통해 선보인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ustra)'의 재즈-펑크 Jazz-Funk, 그리고 쿨앤더갱과 Bjork 프로듀서로서의 모습일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의 데오다토를 있게 한 것은 편곡자로서의 출중함에 있다. 특이하게도 데오다토의 프로 경력은 연주자가 아니라 편곡자로서 시작되었는데 그 시절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17살에 이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