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7

장필순 - 어느새 (1989)

어느새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네.  20대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별안간 무뎌져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서글플 때도 있다. 무뎌진다는 건 어쩌면 단단해지는 것. 그럼에도 사소한 일에도 기쁘고 슬퍼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젊은 시절의 시선이 무척이나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 이제는 그리움도 지워져 버려 어느새 목마른 가슴을 모두 잃어버린 무뎌진 그런 사람이 나는 되어만 가네 어느새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아 나를 상심하게 만들었지만 어느새 이제는 가슴 시린 그런 기억조차도 모두 깨끗하게 잊어버린 무뎌진 사람이 되가네 어느새 어느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 이제는 그리움도 지워져 버려 어느새 목마른 가슴을 모..

교토에서 다녀온 재즈 스팟 : JET SET, Jazz in Rokudenashi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거든 음악이 있는 곳에 꼭 가봐야 한다. 특히 재즈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이번에는 교토에서 다녀온 두 곳의 재즈 스팟. 먼저, 교토 중심부에 있는 Jet set 레코드샵. 애정하는 레코드샵 젯셋모드 - 서울 명동에 있는 -와 이름이 비슷하여 반가운 마음에 찾아가본 곳.  교토 가와라마치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 규모도 꽤 있다. 재즈 음반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굉장히 상태 좋은 음반들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분류/관리가 잘 되어있는데다가 가격도 합리적이었다는 생각.  재즈 중에서도 spiritual jazz 앨범이 은근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스윙이나 빅밴드 같은 정통 재즈보다는 힙합 신 등과의 교집함이 있다고 느껴지는 소울, 퓨전 재즈 및 그 이후의 앨범들이 많다고 느..

두 번의 게시 제한 조치를 받고 나서 : 선정성이란 무엇인가?

최근 두 달간 블로그를 거의 접속하지 않았더랬다. 나중 한 달은 접속하기 싫어서였지만 처음 한 달은 접속할 수 없어서였다. 그간 이런 사연이 있었다. 지난 9월, 가우 코스타의 음악 세계2 글을 업로드했다가 약 2분만에 게시 콘텐츠가 청소년 유해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며 로그인 제한조치(7일)를 당했다. 물론 게시글 삭제와 함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던 나는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음.. 어쩌면 가우 코스타와 마리아 베서니아가 무대 위에서 키스를 나누는 사진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가우 코스타가 India 앨범으로 활동하던 당시 굉장히 과감한 앨범 자켓과 퍼포먼스를 준비했음을 설명하기 위해 그 사진을 게시글에 포함했던 터라 어쩌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짐작..

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2

이전 글(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1)에서 이어집니다. 금지된 과일을 먹은 페미니스트 솔로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1972년, 리타는 묘하게 음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고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두려워지는 등 가수로서의 경력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 탈퇴 후 방문한 런던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고 다시금 동력을 얻게 된다. 런던 여행 중 데이비드 보위과 믹 재거의 글램 록을 접하게 된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Ziggy Stardust’가 바로 1972년에 발표되었다.) 금기를 희롱하는 전통적 복장 관습의 파괴, 충격적일만큼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데이비드 보위의 무대는 그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본래 여성스러운 히피 스타..

리타 리(Rita Lee)의 음악여정 1

지난 6월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 최근 우리 곁을 떠난 세명의 브라질 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었었다. 여기서 이 세 명이란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가우 코스타, 그리고 리타 리다. 브라질 대중 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보사노바-트로피칼리아 무브먼트-MPB의 태동기에 나타난 이 뮤지션들을, 특히나 여성으로서 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엮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늘은 그 마지막 시리즈인 리타 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록이라는 장르가 그리 인기가 없는 요즘, 리타 리의 음악은 세 아티스트들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노래를 만드는 사람인지 알고 나면 그녀의 음악이 궁금해지리..

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2

이전 글(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1)에서 이어집니다. 삼바, 보사노바, 블루스, 락… 모든 것을 집어삼킨 목소리 가우 코스타의 앨범들을 찬찬히 들어보면 락 스타일의 음악과 더불어 블루스, 보사노바 등의 스타일이 다양하게 혼재해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 세계가 한 방향으로 선형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이루었음을, 각각의 앨범이 내는 분위기는 명확하게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왔음을 느끼게 된다. 실험적인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가는, 얼마 후에는 듣기 편하면서도 의미를 곱씹게 하는 음악을 내며 듣는 이들을 쥐락펴락한다. 가우 코스타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971년 발매한 라이브 앨범 [-Fa-Tal-..

가우 코스타Gal Costa의 음악세계 1

노래하는 매력덩어리(Encanto do canto), 가우 코스타(Gal Costa) 1960년대 초반의 브라질에는 나라의 발전과 안정, 번영에 대한 희망이 가득했다. 젊은 사람들은 현대적으로 건설된 도시의 아파트에서 세련된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고, 이때 탄생한 보사노바는 미국 무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브라질 최고의 수출품이 되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활기차게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브라질에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자 예술가들은 이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음악의 영역에서는 약 20년간 삼바, 보사노바, 락, 재즈 등을 브라질의 전통 음악과 결합하며 발전시킨 브라질의..

마르코스 발레와 아지무스의 아시아 투어

Marcos Valle 와 Azymuth가 아시아에 다녀갔다. 도쿄와... 무려 서울에! 서울에서 이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볼 기회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예매를 놓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6월부터 열띤 마음으로 기다려왔더랬다. 그리고, 한 번으로는 아쉬울 것 같아 급기야 도쿄 콘서트까지 다녀오고 말았다. 원래 미국이나 유럽까지 가서 볼 계획이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종종 다큐에서 마이클 잭슨이나 비틀즈 같은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던 중 팬들이 실신하는 모습을 보고는 왜 그러는 걸까? 의아해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콘서트를 보고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영혼에 매일같이 말을 걸어주던,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린..

여행 중 방문한 음반 매장과 서점 : 도쿄, 피렌체, 베로나에서..

여행 중 나의 필수 코스인 레코드점과 서점. 여행지에서 샀던 음반과 서적, 다이어리, 편지지 같은 것으로 그 도시를 기억한다. 올해 다녀온 몇 곳. 1. 도쿄의 disk union jinbocho점 디스크 유니언은 도쿄에만 여러개의 지점이 있는데, 지점마다 특화된 음악 장르가 있다. 블루스, 헤비메탈, 락, 재즈, 소울 등등... 그만큼 일본 음반시장의 스펙트럼이 넓고 모든 장르의 팬층이 존재한다는 뜻. 얼마 전 7월에 도쿄에 방문했을 때에는 진보초 거리 인근에 있는 지점을 방문했다. JAZZ 음반을 다루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건물 한 층을 다 쓸만큼 매장이 크고 재즈 음반이 (LP와 CD 모두) 정말 다양했다. [악기별 x 가수별]로 진열되어있었으니 말 다 했지. 근데 더욱 반가웠던 것은 Rare 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