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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게시 제한 조치를 받고 나서 : 선정성이란 무엇인가?

소심한 늑대개 2023. 11. 12. 21:42

최근 두 달간 블로그를 거의 접속하지 않았더랬다. 나중 한 달은 접속하기 싫어서였지만 처음 한 달은 접속할 수 없어서였다.
그간 이런 사연이 있었다. 


지난 9월, 가우 코스타의 음악 세계2 글을 업로드했다가 약 2분만에 게시 콘텐츠가 청소년 유해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며 로그인 제한조치(7일)를 당했다. 물론 게시글 삭제와 함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던 나는 한참동안 머리를 굴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음.. 어쩌면 가우 코스타와 마리아 베서니아가 무대 위에서 키스를 나누는 사진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가우 코스타가 India 앨범으로 활동하던 당시 굉장히 과감한 앨범 자켓과 퍼포먼스를 준비했음을 설명하기 위해 그 사진을 게시글에 포함했던 터라 어쩌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했다. 업로드한지 2분 만에 제한조치를 당했다는 것은 분명 AI의 소행일 것이고 (게다가 게시글을 업로드한 시각이 주말이었으므로), 한국형 AI라면 이런 것을 문제삼았을 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보고 판단한다면 - 특히나 게시글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이라면 - 이번 제한 조치를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나는 곧바로 카카오에 이의제기 메일을 보냈다. 나의 문제제기의 요는 이런 것이었다 "제 게시글에 있는 사진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뭐가 문제인가요?" 
이틀 후 카카오로부터 아주 정제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게시글 확인 결과, 청소년 유해정보(과도한 노출 이미지)가 포함되어 규제되었으며, 신고가 접수되는 등 불법, 유해정보가 확인될 경우 서비스약관 및 정책에 따라 규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디 규제 프로세스에 따른 조치로 해제 불가한 점 참고 부탁드리며, 해제 이후 동일 사유 혹은 운영정책에 위배되는 사유로 재규제될 경우 추가적인 아이디 제재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운영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Kakao의 운영원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기반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서비스 약관'과 '운영정책'에 근거하여 규제될 수 있습니다.

 
아니, 과도한 노출 이미지를 포함한 청소년 유해정보라고?  도대체 뭘까.
나는 이윽고 다른 사진을 한 장 더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가우 코스타가 상의 단추를 풀어 한쪽 가슴을 노출하고 손가락 욕을 하고 있는 사진도 올렸었다. 그 사진은 굉장히 당당하고 도전적인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한 포즈이기 때문에 너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올린 사진이었다. 그러고보니 한국 정서상 이런 사진은 맞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윽고 게시물 제한조치를 받아들였다.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일주일 간의 로그인 제한조치가 풀리고 난 8일차, 나는 다시 블로그에 접속하였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어주리라 기대하는 저자의 심정상 전편(가우 코스타1)을 잇는 후속편을 얼른 올려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이다. 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가우코스타-마리아베서니아의 키스 사진과 상반신 일부 노출 사진을 제외한 뒤 다시 글을 올렸다. 그리고.. 
2분 후에 또 다시 게시물 제한 조치 통보를 받았다. 이번엔 30일간 로그인 제한이라는 소식과 함께. 역시나 마찬가지로 청소년 유해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정말 - 매우 - 많이 화가 났다. 포탈에서 포착되는 온갖 왜곡된 정보와 편견들은 가만히 놔두고 내 글이 청소년 유해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걸러내는 이 알고리즘이 당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카카오에 보낼 이의제기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관련 조항이 무엇인지까지 찾아가며 나의 게시글이 어떤 조항에 걸리는 것인지 정확하게 짚어달라는 건의를 하고자 했다. 


카카오의 운영 원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따른다고 고지되어있다. 아마 이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심의기준 중,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에 따라 제한조치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는데 8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위반 항목들은 아래와 같다. 

  1.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다음 각목의 정보 
  2. 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다음 각목의 정보
  3.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목의 정보
  4.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다음 각목의 정보
  5. 반인륜적 패륜적 행위 등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정보

또한 위의 법 8조3항 자.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기준을 위임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의 심의 기준에 위배되는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참고로「청소년 보호법」 제 9조에서 제시한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2.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4.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것
  5.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沮害)하는 반사회적ㆍ비윤리적인 것
  6. 그 밖에 청소년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위에 언급된 심의 기준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심의 원칙이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4조 1항에서는 최소 규제의 원칙을 심의의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정보의 표현형태, 성격과 영향, 내용과 주제,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조항과 원칙을 아무리 살펴봐도 나의 게시글에서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고, 특히나 게시물 전반의 맥락을 볼 때에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위의 내용을 정리하여 카카오 쪽에 다시 한 번 전달하였다. 그래서 카카오 쪽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받았냐구? 바로 이런 답변이지. 

해당 게시글 확인 결과, 모든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개 서비스 영역에 부적절한 콘텐츠(과도한 노출 및 신체 주요부위 부각 이미지)가 포함되었고 청소년보호정책에 따라 규제 되었습니다.

뭐.. 앞 뒤로 이런 저런 설명이 붙어있긴 하다만, 핵심은 저 부분이다. "과도한 노출 및 신체 주요부위 부각 이미지"

몇 번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나는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가우 코스타 [India(1973)] 앨범의 표지가 문제였던 것이다. [India] 앨범은 가우 코스타가 비키니를 입고 있는 사진의 하의 부분만을 잘라 표지로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신체 주요 부위를 부각한 이미지"라고 본 모양이다. 그제서야 나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아... 이거였구나.  


가우 코스타의 [India]는 워낙 도발적인 표지로 인해 발매 당시 브라질 군부 정권에서 판매를 금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의 40년의 세월이 흘러 2015년, Mr.Bongo에서 다시 판권을 얻어 오리지날 커버로 재발매했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23년 한국의 주요 포탈에서는 이것이 청소년 유해 정보라고 하여 업로드를 제한하고 있다니. 이를 계기로 찾아보니, 네이버, 다음 카카오에서는 가우 코스타의 [India] 커버를 포함한 검색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YES24와 같은 도서/음반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앨범 커버를 게시하고 이를 판매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반면 구글과 인스타그램에서는 관련 글의 게시가 매우 자유로운 상황이었다. 
이것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 되지 않았는가? 
한국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것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구글과 유투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도메인에 적용되는 법률이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원천봉쇄 식으로 제한하는 게 과연 어떤 실익이 있을까? 단순히 어떤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게시물을 접하는 한국의 네티즌들을 바보로 아는 것일까?  유해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해하지 않음을 판단해내는 분별력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을 통해 유해정보라고 판단된 것이 사실은 유해하지 않다고 번복할 수 있는 절차와 용기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갖추고 있을까? 
나는 비슷한 문제로 제한조치가 반복되면 추가적인 조치(아이디 영구 박탈 등)을 받을 수도 있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받은 후였으므로 매우 떨리고 화도 나는 상황이었다. 유사한 상황이 생기고 이의제기를 한다한들 구제받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화낼 대상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아니고 방통위에나 건의해야할 사항인 것 같았다. 


이런 사연으로 그간 개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게 참 주저스러웠다. 나에게서 나온 콘텐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규정들로 인해 어느날 갑자기 내 것이 아닌 양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또 어떤 순진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한편 - 기자들이 허구한 날 소송을 당한다면 얼마나 기사를 쓰기 어려울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 권력이 일개 시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참 손쉽다.
어제 문제가 된 그 사진을 지우고 속편을 업로드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그 앨범 커버가 두번씩이나 제한조치를 당해야하는 사안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라 하니 그냥 받아들여보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이상해보이는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따져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정성"이라는 그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서 논의의 장이 펼쳐지는 날이 온다면 그 때 나는 이 경험을 다시 꺼내어 물을 것이다. 도대체 선정적인 것은 무엇이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