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7

7. 전세계를 열광시킨 보사노바, 그러나 암울한 독재의 시대로 들어서는 브라질

보사노바Bossa nova는 브라질의 경제 부흥의 꿈과 기대가 가득하고 모더니즘이 꽃피우던 1960년대 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비니시우스 데 모라이스, 주앙 질베르토로 대표되는 음악가들에 의해 시작된 서정적이고 세련된 음악이었다. 이는 곧 브라질 전역에서 사랑받는 새로운 음악적 양식이 되었고, 1962년에는 카네기홀 공연을 통해 미국에서도 열광받는 브라질 최고의 수출품이 되었다. 1964년에는 세기의 명곡 The girl from Ipanema가 전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었다. 애석하게도 이런 꿈과 희망의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 했다. 어지러운 브라질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보사노바는 제2물결의 시기를 맞이한다. 세기의 명반 Getz-Gilberto의 탄생, 그리고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1962년 ..

Marcos Valle & Victor Biglione, Live in Montreal

브라질 독립 500주년을 기념하며 2000년 4월 캐나다 몬트리울에서 열렸던 마르코스 발레의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앨범, Live in Montreal. 북미에서도 뉴욕이나 LA 같은 도시가 아닌 몬트리울이라는 장소에서 브라질 500주년 기념 콘서트라니, 장소가 약간 의외라고 느껴진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겠지. 나는 라이브 앨범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 만큼은 강추다. 다신 볼 수 없는 조합이자, 연주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 녹음 상태도 아주 좋아 두고두고 들어도 좋은 명반이다. 심지어 박수 소리 조차 감미롭다. (보사노바 팬들은 콘서트 매너도 좋다 이 말씀. 푸핫) 이 콘서트에서 건반과 보컬은 마르코스 발레가, 기타는 빅터 비글리오네(Victor Biglione)가 연주했다. 1..

브라질 풍의 아카펠라, AQUARIUS의 AQUARIUS (1976)

동시대 앨범 위주로 포스팅을 하겠다고 했건만, 바로 70년대에 발표된 앨범을 올리게 되었다. AQUARIUS의 1976년 앨범, AQUARIUS 1976년 발매 당시 그닥 큰 히트는 치지 못한 채 세월 속에 묻혀 있던 앨범이었는데, 일본의 Dear Heart 레이블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브라질 음반들을 발굴하여 CD로 발매하는 작업을 하며 2002년 세상에 다시 소개되었다. 어쩌면 잊혀진 앨범이 될 뻔 했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디지털 음원으로 남아있어 정말 다행스러운 앨범 중 하나. Aquarius는 제작자이자 편곡가로서 알려진 레이문도 비튼코트Raymundo bittencourt가 결성하여, 70년대 말 아주 잠깐 동안 활동했던 그룹이다. 레이문도 비튼코트는 이반 린스Ivan Lins, 스테이시 켄트S..

조빔Jobim & 모라이스Moraes - Chega de saudade (1957) [번역]

보사노바를 구성하는 요소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조빔의 아름다운 선율과, 한편의 시 같은 모라이스의 노랫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음악이 처음으로 녹음되었던 앨범엔 바로 이 노래가 실렸었다, 주앙 질베르토의 기타와 함께. 바로, Chega de saudade 보사노바(그리고 재즈)의 스탠다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영어 노랫말을 붙인 'No more blues'라는 제목으로 자주 불리기도 했고, 한국어로는 '슬픔은 이제 그만'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곤 한다. 전주만 들어도 몽글몽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이 노래는 '그녀가 없는 내 상황은 너무나 울적해, 하지만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 슬픔이 끝날 거야'라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대상..

전국의 독립&예술 영화관, 독립 서점 그리고 재즈 카페 아카이빙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의 문화 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3가지 지표 : 독립&예술 영화관, 독립 서점, 재즈카페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얘기할 때에는,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컨텐츠를 주고 받는 행위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소성을 띈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전글) 이런 내가, 개인적으로 지역 문화 인프라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는 3가지 공간이 있다. 바로 독립&예술 영화관, 독립서점, 재즈카페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대형 서점은 웬만한 기반 시설이 갖추어진 동네라면 당연히 들어서는 '상점'이지만, 자본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런 소규모 독립 공간들은 - 그 동네를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동네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직접 조성하는 '공간'이다. 전자는 어느 정도 이윤을..

보사노바와 리듬앤블루스가 만나다 : 레온 웨어 Leon Ware와 마르코스 발레Marcos Valle의 이야기

The Legendary Soul Artist, 레온 웨어 Leon Ware 오늘은 레온 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레온웨어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사진은 둘째치고 출생, 사망 연도도 나와있지 않는 수준. 하지만 음악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 레온 웨어가 만든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퀸시 존스, 마이클 잭슨, 마빈 게이, 맥스웰 등 수많은 뮤지션의 히트곡을 만들었던 Motown의 작곡가였다. 마빈 게이의 I Want You가 실은 레온웨어의 솔로 앨범을 위한 곡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놀라는 사람 꽤나 많을 것이다. 맥스웰 데뷔앨범의 Sumthin' Sumthin'을 만들고, 마이클 잭슨의 첫번째 1위 히트곡 I wanna be wh..

문화 인프라의 핵심은 물리적 거기 있음에 있다 :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빈부격차에 대하여

이 글은 2021년 8월 16일에 썼던 글을 조금 다듬어서 남겨두는 글이다. 그날은 아마 예술영화 한편을 보려고 집 근처 상영관을 찾다가 포기했던 날인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영화 상영관 하나 없다는 사실에 잔뜩 뿔이 났었는지, 지방과 수도권의 문화적 빈부격차에 대한 생각을 마구 쏟아둔 것이다. 당시의 흥분은 가라앉은 지 오래지만, 이 글에 담겨 있는 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 지방의 문화 인프라는 서러운 수준 나는 10여년을 수도권에 살다가 2년 전 지방으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지방도시의 문화 인프라라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지 서울과의 격차에 정말 놀랐다. 그냥, 갈 데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곳에 살기가 서러울 정도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뭐, 여..

루카스 아루다(Lucas Arruda) Solar (2015) : 라틴, 재즈, 소울, 펑크에 대한 동경

브라질 음악 앨범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 게시판. 이곳에는 이왕이면 2010년 이후에 발매된 동시대 음악 중심으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그 첫번째 리뷰의 주인공은 세련된 음악을 만드는 젊은 브라질 음악가 Lucas Arruda이다. # Lucas Arruda, Solar (2015) 레이블 : Favorite Recordings 발매일자 : 2015년 5월 18일 발매형식 : 디럭스 게이트폴드 180g 더블 LP 및 리미티드 CD 현재 브라질 음악씬에서 떠오르는 젊은 뮤지션 루카스 아루다(Lucas Arruda)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인 "SOLAR". 레이블의 소개 문구를 빌려 이 음반을 표현하자면, "라틴 음악의 요소와 재즈, 소울 및 펑크 음악에 대한 진정한 동경을 표현한 앨범" 시티팝과 애시드 재즈..

은근히 취향 드러내기, 앨범커버를 담은 나만의 티셔츠 제작기

요즘은 취향이 드러나는 문구, 로고가 들어간 맨투맨 티셔츠 사는 것에 관심이 간다. 올초 연남동의 사운즈굿 레코즈에 갔다가 disk union 로고가 새겨진 맨투맨을 샀던 게 그 시작이다. 몇년 전 도쿄 여행 중 신주쿠의 디스크 유니온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마스코르 발레, 조빔, 레온웨어의 음반을 몇 장 사왔었다. 정말 천국이 따로없었지. (디스크 유니온은 지점마다 취급하는 장르가 조금씩 다른데 신주쿠의 디스크 유니온은 한 층 전체가 브라질 음반을 파는 곳이었다.) 그땐 대학원생이라 포기해버린 음반도 많았지만... 그 추억 덕분에 disk union 문구가 쓰여진 맨투맨을 입고 다니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은근 기대하면서. 이번엔 보사노바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어보기..

'롱라이프 디자인을 전하는 상점' D&Department(디앤디파트먼트) 철학의 매력

이번 제주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소는 제주 구도심에 위치한 디앤디파트먼트였다. 여행 마지막 날 들렀던 곳이어서 아쉬운 맘에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서사가 있었다. 1. 제주에서 마주한, 복제된 양산품의 나열 제주도에서 처음 이틀간의 여정을 생각해보면, 이런 식이었다. 유명하다는 스시 집을 찾아가 오마카세를 먹고, 유명하다는 요가원을 찾아 일일 수련을 하고,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오설록 뮤지엄에서 프리미엄 티클래스에 참여했으며, 청담동에 본점이 있다는 클래식 바를 방문하고... 여하튼 뭔가 세련되고 좋아보이는 건 다했고 다행스럽게도 나쁘지는 않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제주도까지 와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