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의 문화 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3가지 지표
: 독립&예술 영화관, 독립 서점, 재즈카페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얘기할 때에는,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컨텐츠를 주고 받는 행위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소성을 띈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전글) 이런 내가, 개인적으로 지역 문화 인프라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는 3가지 공간이 있다.
바로 독립&예술 영화관, 독립서점, 재즈카페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대형 서점은 웬만한 기반 시설이 갖추어진 동네라면 당연히 들어서는 '상점'이지만, 자본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런 소규모 독립 공간들은 - 그 동네를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동네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직접 조성하는 '공간'이다. 전자는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기업의 마인드로 들어서는 top-down 시설이라면, 후자는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꾸리는 bottom-up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에도 돈을 못 벌고 적자만 난다면 지속가능하지 않겠지만, 돈만 생각한다면 도저히 뛰어들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런 bottom-up 공간은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이 어우러질 기회를 제공하고, 그곳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자극을 주며, 크고 작은 모임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곤 한다.그래서 이 공간들은 동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꽤나 큰 역할을 하는 '능동적 주인공'이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독립 영화관, 독립 서점, 재즈 카페가 많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록, 그 지역의 문화 인프라의 수준이 높다고 내 멋대로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서점이나 영화관은 그렇다 치고 - 재즈카페는 왜 그 기준에 들어가냐고 누군가 물어볼 수도 있겠다.
나의 준비된 대답은 이렇다 : 한국에서 재즈는 서브 컬쳐가 되어 버린지 오래되었는데, 문화적 다양성 또는 독립 문화공간의 지표로서 재즈 카페를 꼽는 것이 꽤나 타당하지 않은가? ... 실은, 내가 재즈를 좋아해서 그렇다.
어찌 됐건, 낯선 동네 탐방을 나서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위에 언급한 3가지 공간은 꼭 찾아가보는 편이다.
나처럼 이런 공간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관련 정보를 모아 온라인 지도를 만들고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네 곳곳에 이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그런 공간들이 더 많은 응원과 애정을 먹으며 오랫동안 유지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활동들을 공유한다.
1. 전국의 독립 & 예술 영화관 지도
이 지도를 만든 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독립&예술 영화관에 대해 지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 확실하다. 구글맵을 기반으로 전국의 영화관 정보를 업데이트 해나가고 있다. 나무위키처럼 제보를 받아서 새롭게 추가되기도 하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한국 독립영화 예술영화 영화관 지도 0.8 (커뮤니티 시네마 지도) - Google 내 지도
*한국 독립영화, 에술영화관 지도 0.8 입니다.(2015.05.29.) *경기도예서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G시네마" 레이어를 업데이트하였습니다.(2015.05.30.)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전국 상영공간과
www.google.com
2. 전국의 동네 책방 지도
이 사이트는 남창우 '주식회사 동네서점' 사장이 만든 온라인 동네책방 플랫폼. 거의 700개가 넘는, 전국에 있는 동네서점들이 등록되어 있고 테마별로 소개가 되어있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서 본, 본 동네서점의 설립 취지는 이러하다. 훌륭하군
"아직까지는 독립서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도서를 생산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로컬컬처 플랫폼이다.... 독립서점은 일반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중·소형서점을 말한다. 주식회사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이웃과 취향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의미로 ‘동네서점’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 비즈한국, 2021.10.22.
지도 | 동네서점
어서오세요, 독립서점 추천검색 가이드입니다. 내 취향의 이웃을 발견하세요. 함께 읽고, 그 감동을 공유하세요.
www.bookshopmap.com
3. 전국의 재즈 카페 지도
아무리 찾아도 전국의 재즈카페 지도는 나오지 않는다. 종종 인터넷 기사나 잡지로 소개되는 유명하고 오래된 재즈 카페들만이 일부 블로거들에 의해 기록되어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업데이트 되지 않은 오래된 정보일 때가 많다. 재즈 문화가 아주 영세한 규모로만 유지되며 시름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다만, 최근 젊은 두 명의 재즈 아티스트가 '재즈 수비대'라는 팀을 결성하고, 희미해져가는 재즈 씬의 오늘날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걸 사실을 포착하게 되었다. 이들은 코로나 국면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재즈카페라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재즈 카페들의 이야기를 담아 앨범을 발매하고 서울 재즈 카페맵을 만들어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정말 응원을 아니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사진이지만, 텀블벅 펀딩 소개 페이지에서 서울 재즈카페 맵을 볼 수 있다.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 마땅히 옳은 일이건만, 이걸 온라인에 오픈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즈클럽들을 위한 노래
재즈뮤지션 50인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우린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 앨범과 굿즈
www.tumblbug.com
# 누군가 재즈 카페 아카이빙에 나서야 한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 누군가 재즈 카페 아카이빙에 나서주어야 한다. 독립 &예술 영화관 지도처럼 구글 맵 기반으로 재즈카페를 기록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꽤나 정성이 필요한 일일 것 같긴 하다.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팬들의 집단 지성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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