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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역 인근의 뮤직펍 풍악을 다녀와서

소심한 늑대개 2022. 8. 5. 20:34

며칠간 부산으로 휴가를 다녀온 이야기 : 모퉁이 극장에 들른 김에 근처에 있는 뮤직펍 풍악에 다녀왔다.

저녁 6시부터 문을 여는 작지만 편안한 공간. 리클라이너 의자에 푹 기대앉아 술을 한잔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굉장히 오래된 골목의 오래된 건물에 공간을 마련한 것 같은데, 향을 강하게 피우고 (아마도 나그참파일 듯한)  조명은 어둡게 해둔데다가 베이지색 가죽 소파와 초록색 조명이 어우러져  꽤나 멋들어지게 앤틱한 느낌이 났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등을 주문할 수 있고 술에 어울리는 자그마한 주전부리가 함께 서빙된다. 

풍악 입구. 간판이 아주 조그마해서 자칫 지나칠 수 있다.

나는 이 곳을 리스닝룸으로 기대하고 갔지만 - 주인장의 설명처럼 이곳은 뮤직펍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리스닝룸이라고 하기엔 물리 음반이니 타이달이니 고품질 음원에 대한 집착은 없었고 신청하는 이들이 보내온 유투브 링크로 음악을 틀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의 신청곡을 충실하게 틀어준다는 공간의 컨셉상, 술 마시면서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는 거대 멀티미디어 룸의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만약 그날 방문한 사람들과 본인의 음악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영 듣고 싶지 않은 음악을 커다란 화면과 함께 강제로 즐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곳이다. (특히나, 이런 곳에 가면 아델 노래는 필히 몇곡씩 듣게 된다. 같은 노래도 버전이 어찌나 다양한지. 만약 뮤직 펍에 5명이 있다면 그 중 최소 한 명은 반드시 아델 노래를 신청한다고 봐도 된다. 그러므로 아델 노래를 신청하기 전에는 우리 모두 잠깐 머뭇거리기로 하자.) 

의자에 앉아서 보이는 모습. Cheek to Cheek 이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1인용 리클라이너 말고도 6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소파도 있다.

 

나는 리 릿나워의 Bahia Funk와 블랙 퓨마스의 Colors 두 곡을 신청해들었다. 대개는 보컬이 있는 스타일의 노래를 신청해서 그런지 보컬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세팅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정상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흥미로웠던 공간. 집 근처에도 이런 곳이 생기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