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리는 인천레코드플랫폼- 이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엘피를 수집하는 건 나의 취미가 아니지만, 혹시나 소장할만한 것이 있다면 한두장 사볼 요량으로.. 무엇보다 김반장의 공연이 있다길래 굳이 찾아가본 것이다.
매우매우 화창하고 날씨가 좋던 늦여름.


이런 아날로그 음악 문화를 즐기는 인간 군상을 살펴보면, 대개는 중년의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80-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낭만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그 시절에는, 돈을 벌어 음반을 사고 스피커를 사서 집에서 음악을 듣는 취미는 주로 남자(아버지)들에게 허락된 취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음반 매장이나 레코드페어 같은 데에 가보면 말이다, 머리나 옷에 잔뜩 힘을 준 아저씨들도 있지만 .. 대개는 별볼일 없는 남방이나 철지난 럭비티셔츠, (본인에게는 의미있을) 면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들이 슬금슬금 나타난다. 그러고는 디깅에 열중하고, 음반에 대해 대화하고, 디제잉 부스에 서서 멋들어지게 음악을 틀곤 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겉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문화적 소양을 지니고, 그것을 숨긴채 살아가는 은둔의 고수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사람도, 아닌 사람도 섞여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장소에서 만난 이들은 내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날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던 김반장과 생기복덕의 공연. 지난 부산 여행 중 OL'55에서 봤던 공연의 감동 때문에 한 번 더 찾아가게 된 것이다.
아소토유니온, 윈디시티 시절의 음악과 비교해보면 요즘 김반장의 음악은 전자악기 사운드가 훨씬 다양/강해졌다. 어딘가 뽕짝의 기운도 느껴지면서, 중독성과 스피리츄얼함까지도 느껴지는데 - 조금은 당황스럽지만서도 음악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공연장에서 온몸으로 체험하면 전율이 오는 그런 류의 음악이었다. 이승열의 음악세계도 비슷한 방향으로 변화했었는데 말이지.
레게에서도 덥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김반장의 음악은 계속해서 깊어지고 확장되고 진화하고 있다.



오호라, 어떤 분이 think about you 부르는 걸 찍어서 유투브에 올려두셨네.
Think about you를 부산 공연때에도 봤었는데.. 그때는 정말 눈물이 찔끔 났었다. 거의 20년 정도의 세월이 이 노래 한곡에서 느껴졌던 탓이다. 아소토유니온 때와 목소리도, 노래 스타일도, 얼굴도 달라졌고.. 호기롭던 20대의 무대와는 다른 느낌이었달까. 나이를 먹는 게 슬프다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 성숙해가면서 느꼈을 희노애락같은 게 함축적으로 전달되었던 것 같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의 또다른 최애곡. (임정희가 아니라) Keyco와 함께 부른 Love is understanding 이다. 서로 다른 두 언어로 부르다 보니 제목의 의미가 더욱 와닿는다. 이번 공연을 보고 난뒤 몇번을 재생해서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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