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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B(Musica Popular Brasileira)에 대한 정중한 소개글

소심한 늑대개 2022. 3. 31. 21:55

보사노바와 MPB 중심의 브라질 음악 아카이빙을 해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블로그를 연지 어언 6개월이 지났다. 브라질 음악(넓게는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공유하는 공간이 없고 관련 정보도 빈약한 현실이 아쉬워 시작한 것이다. 

나의 공간이 생기면 하고싶은 말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글을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혹시나 틀린 말을 적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넘겨짚은 내용을 써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검열에 빠지는 것이다. 아마도 내심 이런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브라질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데다가 라틴 아메리카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포르투갈어도 이제 막 공부하기 시작한 내가, 그저 두 보정도 앞서나간 애정과 얄팍한 상식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를 들면 이런 거다. 스페인어를 요만큼 읽을 줄 아는 나는 Jorge Ben을 호르헤 벤이라고 읽으며 글을 썼는데, 사실 포르투갈어 발음으로는 조르제 벵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수가! 리우 데 자네이루의 포르투갈어식 발음이 히우 지 자네이루인 건 알았지만, 한국에서는 타국의 수도를 부를 때 영어식 발음을 많이 쓰니까 거기까지는 관습적 허용이라고 치자.  아티스트 이름을, 조르제 벵을 호르헤 벤이라고 읽는 건 너무 무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글을 쓰다가 끝없는 검색의 늪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마음을 그나마 진정시키곤 한다. 좀 틀리면 어떠랴?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 써놨으면 누가 아니라고 알려줄거야, 그렇게 알게 되는 거지.

사실 내 글은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지 잠깐 들르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음악 소개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원인 모를 욕구에 시달리는 것이다. 정치적/음악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다양한 가정을 전제하거나, 그저 '나의 생각과 감정일 뿐'이라고 한정짓는 나의 모습에서 이따금씩 신물을 느낀다. 음악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내 블로그에 드러내는 것이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열심히 채워나가고 싶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 Artist 게시판의 글이다. 브라질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싶은데, 조각조각 존재하는 자료들의 정리가 꽤나 어려운데다가 나의 단어들로 누군가의 인생과 음악여정을 한정짓는 것 같아 겁이 나는 것이다. (참, 아무리 봐도 쓸데없는 고민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이다. ) 애정이 크기에 더욱 두려워지는 것이겠지. 

그러던 중, 2007년에 IZM에 소개되었던 MPB에 대한 소개글이 있어  여기에도 남겨두려 한다. 2007년에 나온 이 글 이후로 한국에서 브라질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더 정성스러운 글을 본 적이 없다. 무려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서도 말이다.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참을 수 없는 팝의 신세계] 라는 제목으로에두 로부(Edu Lobo), 쉬꾸  부아르끼(Chico Buarque), 까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 질베르토 질(Gilberto Gill),  마리아 베따냐(Maria Bethânia), 가우 코스타(Gal Costa), 미우뚱 나시멘뚜(Milton Nascimento), 조르제 벵(Jorge Ben), 이반 린스(Ivan Lins), 쟈방(Djavan), 주앙 보스코(João Bosco), 곤자기나(Gonzaguinha) 등  MPB 아티스트들에 대한 짤막한 소개들을 나열해놓았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어려움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래서인지 매우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데, 나는 이 글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면 조심하게 되니까. 파하하 

[인트로 부분] MPB(Musica Popular Brasileira)는 브라질이라는 방대한 음악적 보고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또한 언급하는 십여 명의 아티스트가 MPB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성립과 발전의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고 역사와 대중이 인정한 대가들이다. MPB를 아직 관심 있게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여기에 언급되는 가수들 중 아무개의 아무 노래, 아무 앨범이라도 좋으니, 글을 보자마자 (가능하면 앨범으로)찾아 듣는다면 좋을 것 같다.

미리 말하자면, 아티스트의 선정은 1960년대 초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한 뮤지션들에 한정되어있다. 주요 아티스트의 개략적인 소개에 주된 목적이 있는 만큼, 브라질 음악을 얘기하는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포르투갈의 점령 이후부터의 발전 과정과 MPB 직전의 보사노바는 여기 포함시키기에는 너무 큰 항목이므로 부득이 제외시키려 한다. MPB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1960년대 브라질의 굴곡 많은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실제로 이 시기는 브라질 대중음악의 중요한 격변기이자 발전기로 평가되며, 선정된 가수들 모두가 이후 브라질과 월드 뮤직의 흐름을 선도하는 중추적 인물로 자리 잡는다. 또한 월드뮤직과 브라질 음악에 이제 막 접근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그 감성과 스타일에 있어 이만한 '교부재'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참을 수 없는 팝의 신세계, 정성하, 2007/7, IZM
 

Neo Music Communication IZM

 

www.izm.co.kr


오랜 세월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브라질 아티스트들에 대한 소개를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가보려 한다. 그리고, 좀 더 대담하게 키보드를 두드려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성격상 그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지만 그래도 결심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브라질 아티스트들의 캐리커쳐. 알아보는 이들도 있지만, 못 알아보겠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