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유니버설 뮤직 재팬에서 [1950~2000년대 브라질 음악 걸작선; Japanese Brazil's Treasured Masterpieces 1950-2000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1950년대~2000년대 브라질 명반들을 재발매했다. 총 몇 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약 50여장의 앨범을 재발매 한 것 같다. 일부는 CD로만, 일부는 CD와 LP로 리이슈했다. 평소에 너무나 갖고 싶었던 앨범들을 무려 새 것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30장이 넘도록 질러버렸다. 몇 장은 이미 도착했고, 몇 장은 열심히 하늘을 날아오는 중이다. 한동안은 이 앨범을 하나씩 꺼내어 듣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주말이 너무 짧아 큰일이다.
유니버설 뮤직 재팬이 브라질 명반을 왜?
한편, 브라질도, 미국도 아니고 어떻게 일본에서 브라질 음악 리이슈를? 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본토 외 국가 중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가 브라질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일본으로 역이민하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하다고 하니, 일본과 브라질 간의 문화적 친밀도는 한국과 브라질 간의 문화적 친밀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보사노바와 MPB를 비롯한 브라질 음악들은 일본에서 꽤 인기가 많다.
여기에 더불어, 일본인 특유의 덕후 기질이 만들어내는 '다양성의 시장'이 브라질 음반의 재발매를 가능케 한것이 아닐까 싶다. 아주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음반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 이 음반들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기꺼이 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이런 재발매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벌어다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 초점을 두겠지만 누군가는 의미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가? 여전히 1950~2000년대 브라질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리스너들을 위한, 그리고 그러한 니즈를 알아채고 있는 제작자 자신을 위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문화의 영역에서만큼은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선택이 수월해야할텐데.)
내가 음반을 굳이 구입하는 이유
내가 산 앨범들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지만, 그럼에도 앨범을 굳이 구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상깊게 들은 음악들을 유투브 좋아요 목록이나 애플뮤직 재생목록에 표시해두면 언제든 찾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양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잊혀져 찾지 못하는 음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열심히 저장해두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폴더를 잘 정리해놓았다 하더라도 파일의 양이 방대해지고 접근 경로를 잊어버리면 어떤 음악은 세월 속에 묻혀버리게 된다. 운이 좋게도 랜덤 재생을 통해 까먹었던 곡을 조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만약 핸드폰이 다시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음악은 내 인생에서 다시는 못 들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생각만 했는데도 벌써부터 서운하다.
CD 플레이어에서 MP3 플레이어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었던 나의 경험상, 음악에 있어 실물 자산의 소유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에 잡히는 CD를 가지고 있으면 그 음반을 깜빡하고 있었더라도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맞닥뜨려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앨범들은 실물 음반을 가지고 있으려 하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판매고를 늘리기 위해, 어떤 이들은 음반 재테크를 위해, 또 어떤 이들은 인테리어를 위해 LP나 CD를 구매한다지만, 내가 음반을 구입하는 이유는 이렇다.
덤으로, 씨디로 음악을 들으면 - 재생시간이 끝날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다음 재생 음반을 고르는 재미도 톡톡하다. 유투브와 애플뮤직의 자동 추천 기능에 가려진 아날로그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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