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음악/Gorgeous Pieces

조빔Jobim & 모라이스Moraes - Chega de saudade (1957) [번역]

소심한 늑대개 2021. 11. 20. 00:33

보사노바를 구성하는 요소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조빔의 아름다운 선율과, 한편의 시 같은 모라이스의 노랫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음악이 처음으로 녹음되었던 앨범엔 바로 이 노래가 실렸었다, 주앙 질베르토의 기타와 함께. 

바로, Chega de saudade  

보사노바(그리고 재즈)의 스탠다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영어 노랫말을 붙인 'No more blues'라는 제목으로 자주 불리기도 했고, 한국어로는 '슬픔은 이제 그만'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곤 한다.

전주만 들어도 몽글몽글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이 노래는 '그녀가 없는 내 상황은 너무나 울적해, 하지만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 슬픔이 끝날 거야'라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특이한 점은 곡 전반부에는 단조로 진행되며  이 상황에 대한 울적함과 우울함을 노래하지만, 짧은 브릿지를 통해 순식간에 곡 분위기를 전반시키면서 그녀가 돌아온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이다. 보통의 곡들은 A라는 감정으로 시작하면 감정이 고조되었다가(A') 다시 진정시키고 A로 돌아와서 마무리 되는 느낌이라면 - 이 노래는 A로 시작해서 B로 끝나는 느낌의 마치 두 곡의 노래를 들은 것만 같은 감정선을 가진다.  신기하게도 그런 감정의 흐름에 수긍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있다.   

joao gilberto, chega de saudade, 유우명한 앨범의 커버 안쪽

 


 

Saudade,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는 슬픔 

그런데 'saudade'라는 단어는 영어의 'blues'나 한국어의 '슬픔'이라는 단어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포르투갈어 특유의 어떤 개념/감정이라고 한다 : 아프지만 행복한 기억에서 오는 슬픔과 멜랑꼴리함,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와 향수를 복합적으로 나타내는 감정. 단지 슬픔을 넘어선 -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달콤씁쓸한 감정의 표현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이 우리 삶에서 갖는 중요성을 인식한 데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표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미국처럼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saudade가 미국의 Afro-american들이 인종차별의 역사로부터 느꼈던 blues의 감정과 동일하다고까지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 통치, 아프리카로부터의 강제 이주, 바르가스 대통령의 오랜 독재, 독재자이긴 하지만 '빈민들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바르가스 대통령의 자살 등의 브라질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비롯된 상실감, 혼란, 그리움 등이 saudade라는 감정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주앙 질베르토가 미국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saudade의 대상으로 떠나온 조국(브라질)을 떠올리며 부르지 않았을까. 모라이스가 붙인 영어 가사는 이런 해석에 타당함을 더해 준다. 

No more blues, I'm goin' back home / No, no more blues, I promise no more to roam
(슬픔은 이제 그만, 나는 집으로 간다 / 슬픔은 이제 그만, 난 이제 방황하지 않을 테니까)
Home is where the heart is / The funny part is my heart's been right there all along
(집이야말로 나의 심장이 있는 곳 / 재미있는 것은 내 심장은 늘 거기에 있었다는 거야)

떠나온 곳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 그것을 다시 찾게 된다는 상상으로 행복감에 젖는 음악. 이 노래에는 휴머니티가 있다.  


가사 번역

슬픔아 가라
그녀에게 가서 그녀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해줘
나는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도해
더이상 고통 받을 수 없어
나의 현실엔 그리움이 가득해
그녀가 없이는 평화가 없고, 아름다움도 없고,
단지 슬픔과 멜랑콜리함만 있을뿐
내게서 슬픔이 가시질 않아, 가시질 않아. 가시질 않아 

하지만 그녀가 돌아온다면, 그녀가 돌아온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얼마나 미치도록 신날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바다에 헤엄치는 물고기들보다 더 많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해줄 거야
나의 품속에서, 포옹을 - 백만번의 포옹을 할 거야
이렇게 꼭 안고, 이렇게 딱 붙어서, 이렇게 조용히,
끝이 없는 포옹과 키스, 그리고 사랑

그래서 당신이 내게서 멀리 지내고 있는 
이 상황을 끝내고 싶어
당신이 이렇게 사는, 이런 상황을
더이상 원하지 않아
당신이 나 없이 사는,
이런 상황을 이제 그만하도록 
더이상 당신이 이렇게 사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아 

원래 가사

Vai minha tristeza
E diz a ela que sem ela não pode ser

Diz-lhe numa prece que ela regresse
Por que eu não posso mais sofrer
Chega de saudade
A realidade é que sem ela não há paz
Não há beleza é só tristeza e a melancolia
Que não sai de mim
Não sai de mim, não sai
Mas se ela voltar que coisa linda, que coisa louca
Pois há menos peixinhos a nadar no mar
Do que os beijinhos que eu darei na sua boca
Dentro dos meus braços os abraços
Hão de ser milhões de abraços apertado assim
Colado assim, calado assim
Abraços e beijinhos
E carinhos sem ter fim
Que é pra acabar com esse negócio
De você viver sem mim
Não quero mais esse negócio

De você longe de mim
Não quero mais esse negócio

De você viver sem m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