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사운드 네트워크의 박준흠 대표가 남긴 글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20~40대 음악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록 시장이 사라졌다는 점을 비판한 점이다.
원래 영화나 대중음악과 같은 산업 영역의 비평(비평매체)은 생산-유통-소비의 원활함을 위해서도, 즉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도 ‘아티스트와 작품’ 마케팅이 필요해서 그간 100년 동안 정교하게 성장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산업적인 기능을 말하지 않더라도 ‘아티스트와 작품’이 조명받기 위해서 비평과 비평매체는 필수적인 존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과 수많은 유저들(개인매체 기능을 하는)이 비평과 비평매체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음악비평과 비평매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당장 2000년대 이후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현실이 어떤지를 보면 그리 타당한 생각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은 20~40대 음악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록’ 시장이 사라진 아주 기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건 대중음악이 산업 형태로 존재하는 나라들 중에서도 흔치 않은 현상일 것이다.
- 음악비평 매체에 대한 생각, 2018. 1. 20., 박준흠 사운드 네트워크 대표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록이라는 단어가 참 생소해서 무얼 뜻하는 것인지 찾아보니, 위키백과에서는 1960년 ~ 1970년대 유행했던 이지 리스닝과 소프트록 스타일의 연속선 상에 있는 음악이라 설명하고 대표 뮤지션으로 셀린 디온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게 원래부터 있는 장르(혹은 분야?)명 이었다니!) 그리고 이 장르의 주 타겟층은 25세~44세라고도 한다. 정확히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은 단어이다. 어른들을 위한 대중음악.. 요즘 음악시장에서는 월간 윤종신 정도를 떠올리리면 맞게 이해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돌과 트로트로 양분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참 이상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현상을 꿰뚫는 것이 뭘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단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말로 퉁치기에는 아쉬운데, 좀 다른 표현이 없을까? 했던 것이다. 바로 그 가려운 지점을 긁어준 단어인 것 같아 이마를 탁 쳤더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시장이 빈약하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한다.
1999년 대중음악&대중문화 비평웹진 '가슴'의 창간을 시작으로 한국 대중 음악산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왔던 박준흠 대표는 최근 SOUND프렌즈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위에 언급했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아티스트 SOUND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과 중견 뮤지션들을 음악 시장으로 다시 이끌어내고, 공연과 재발매LP, 아티스트 잡지, 굿즈, 헌정곡, 신보앨범, 다큐, 아카이브 등을 추진하는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록큰롤 명예의전당처럼 한국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가고자하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니, 꽤 포부가 큰 기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소개하는 글 중, 이 말이 참 와닿았다.
"카페 배경 음악이 아닌 진정으로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무국적 의미 없는 음악이 아닌 '지금, 여기, 우리'의 노래를 함께 발견하는 기쁨을 현장에서 같이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
그 첫번째 프로젝트를 함께한 뮤지션들은 김현철, 한영애, 안치환, 김창기 네 사람이다.
이 프로젝트를 보고 반가운 것은 - 아티스트 네명이라기보다는 - 이러한 기획 자체이다. 주류매체가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 힙합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어 방송을하는 동안 우리나라 대중 음악 시장은 폭이 너무나 좁아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주류매체의 폭이 좁아짐은 동시에 음악 소비자 층 취향의 폭이 좁아짐을 초래하지 않는가? (매스미디어라는 것의 특성이자 무서움이 거기에 있다.) 대중 음악에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고 다양성을 모색고자하는 이러한 시도가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한국 대중음악에 관해 연구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며, 국내 음악 산업에 더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20년 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아래는 사운드네트워크 홈페이지.
사운드네트워크 SOUND NETWORK
사운드네트워크, SOUND FRIENDS, SOUND FILM, 대중음악 명예의전당, 아티스트SOUND프로젝트, 사운드 프로젝트
www.soundnetwor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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