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음악/Album Review

Marcos Valle & Victor Biglione, Live in Montreal

소심한 늑대개 2021. 11. 26. 17:25

브라질 독립 500주년을 기념하며 2000년 4월 캐나다 몬트리울에서 열렸던 마르코스 발레의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앨범, Live in Montreal. 

북미에서도 뉴욕이나 LA 같은 도시가 아닌 몬트리울이라는 장소에서 브라질 500주년 기념 콘서트라니, 장소가 약간 의외라고 느껴진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겠지. 

나는 라이브 앨범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 만큼은 강추다. 다신 볼 수 없는 조합이자, 연주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 녹음 상태도 아주 좋아 두고두고 들어도 좋은 명반이다. 심지어 박수 소리 조차 감미롭다. (보사노바 팬들은  콘서트 매너도 좋다 이 말씀. 푸핫)

Marcos valle & Victor biglione, Live in Montreal (2001)

이 콘서트에서 건반과 보컬은 마르코스 발레가, 기타는 빅터 비글리오네(Victor Biglione)가 연주했다. 1960년대 등장때부터 꾸준히 브라질 현대 음악사를 이끌어온 마르코스 발레이니 당연 이런 콘서트의 주인공이 될 만하다. 빅터 비글리오네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대부분의 음악생활은 브라질에서 전개했던 기타리스트로  브라질 뮤지션들과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드라마나 영화 작곡가로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브라질 현대 음악사에서 한 획을 그은 보사노바와 MPB 곡들을 선보였는데, 두 사람의 합이 너무나 잘 맞고 "쿨"하다.  마르코스 발레의 건반과 보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Ao Amigo Tom, 빅터 비글리오네가 궁금하고 기타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Frevo, Manha de Carnival 트랙을 먼저 들어보라고 추천하겠다. 

Marcos Valle & Victor Biglione - Frevo (쩐..다!)

 

앨범 커버 안쪽


이 음반을 듣고 새삼 놀라는 것은 1960년대에 발표된 곡을, 2000년에 재해석해서 연주했는데, 2020년대에 들어도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쩜 이럴 수가 있지? 수록된 곡들이 탄생한지 거의 반 세기가 지났는데도 이 음악들은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고 있다. 시대를 초월한 감성이 있다.

한편,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플룻 소리와 색소폰 소리가 이번 공연의 편곡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캐나다의 재즈 색소포니스트 장 삐에르 자넬라 Jean pierre Zanella 의 연주였다. 대개는 피아노나 건반으로 연주되었던 주요 멜로디들이 목관악기로 표현되면서, 속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 듯 영롱하게 울리는  소리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Os grilos 의 도입부와 Samba de verao 을 들어보시라! 물론, 어쩔수 없이, 스탄게츠와 주앙 질베르토의 만남을 떠올리게 된다.) 자넬라는 빌라 로보스와 조빔의 이름을 딴 Villa-Lobos & Jobim(2006)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고, 2020년에는 Milton Nascimento 와 Chico Buarque의 음악을 재해석한 Rio Minas 앨범을 내기도 했단다. 아마 자넬라가  브라질 음악에 깊은 영향을 받아, 마르코스 발레를 캐나다로 초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Marcos Valle & Victor Biglione (feat. Jean Pierre Zanella) - Samba de verao 

 

기분좋은 토요일 아침, 혹은 선선한 가을 바람을 쐬면서 공원을 거닐 때, 이 음반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