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음악

가을이면 떠오르는 곡. 바람, 그대

소심한 늑대개 2022. 11. 7. 00:20

어디에선가 성시경에 대한 재미난 소개를 본 적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상형으로 꼽는 '곰같은 이미지'와 '달달느끼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성시경은 데뷔 초기에는 여성팬만 있고 남성팬은 없었는데 - 그걸 바꿔주는 전환점 같은 앨범이 있었다고 말이다. 바로 2006년에 나온 [The Ballads]라는 제목의 5집 앨범이다. 아마도 타이틀곡 <거리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감성이었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실은 나도 5집부터야 성시경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1인.
근데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는 정말이지 대체불가능한 - 비슷한 느낌의 곡조차 없는 - 희한한 명곡이 하나 있다. 굉장히 오묘한 음으로 시작하는... 바람, 그대. 가사에 '가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정말이지.. 노래시작 3초만에 가을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 [바-람-이 불어서] 살짝 찬 기운의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가는 느낌이 나고,
  • [젖-은 머리로 넌 어-디-를 다니나~] 덜 말리고 나온 머리가 찬 바람에 굳은 모양이 떠오른다.

아니 이런 가사와 음이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 그리고 이 모든 걸 감미롭게 소화해버리는 성시경의 목소리까지.
다시 들으니 참 좋다.


 

바람이 불어서 눈을 감았더니 내게로 달려 오네 가을이
젖은 머리로 넌 어디를 다니나
코끝엔 익숙한 그대 머리 향기
그대의 손 따뜻했던 그 온도와 그대의 얼굴, 얼굴
단숨에 또 나를 헝클어버린 내 가을이

내 맘은 그대 곁에 가 누웠네 살며시 더딘 내 기억은
그건 봄이 었나 그건 꿈이 었나
우리 만난 웃었던 속삭였던 눈부셨던 그 날, 그 날
언제나 내 손을 잡던 너 지금은 어디에
먼곳에
단숨에 날 헝클어 버렸네 바람이 가을이

그대가 그리워 다시 가을인 걸 알았네
울지는 않지만 간신히 담담한 나를 이렇게 또 헝클어
계절은 흐르네
다시 또 오겠지만 흐르네

* 편곡/작곡 : 하림, 작사 : 이미나

 

 

2021년 10월, 제주도 오설록 티뮤지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