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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취향 드러내기, 앨범커버를 담은 나만의 티셔츠 제작기

소심한 늑대개 2021. 11. 7. 00:10

요즘은 취향이 드러나는 문구, 로고가 들어간 맨투맨 티셔츠 사는 것에 관심이 간다. 올초 연남동의 사운즈굿 레코즈에 갔다가 disk union 로고가 새겨진 맨투맨을 샀던 게 그 시작이다. 몇년 전 도쿄 여행 중 신주쿠의 디스크 유니온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마스코르 발레, 조빔, 레온웨어의 음반을 몇 장 사왔었다. 정말 천국이 따로없었지. (디스크 유니온은 지점마다 취급하는 장르가 조금씩 다른데 신주쿠의 디스크 유니온은 한 층 전체가 브라질 음반을 파는 곳이었다.) 그땐 대학원생이라 포기해버린 음반도 많았지만... 그 추억 덕분에 disk union 문구가 쓰여진 맨투맨을 입고 다니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은근 기대하면서.

이번엔 보사노바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어보기로 했다. 그것도 보사노바의 정체성을 정의한 엘렌코 레코드에 대한 리스펙을 담아!

챔피온의 네이비색 s600 맨투맨에 엘렌코의 로고와 Rio capital de Bossanova 라는 문구를 앞뒤로 전사인쇄했다. 

앞면에 인쇄한 엘렌코 레코드의 로고

엘렌코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과 포인트로 들어가는 빨간색의 원이 들어간 로고. 빨간 원은 음반의 모양이거나, 브라질의 태양을 형상화한 거라고 생각해본다. O disco que você merece는 "당신에게 걸맞는 음반" 혹은 "당신의 수준에 맞는 음반" 이라는 뜻. 

뒷면에 인쇄한 rio capital de bossa nova

뒷면 작업은 엘렌코 레코드사의 인상적인 앨범 커버들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고심하다가, 1965년에 발매된 앨범 커버에서 이미지를 따왔다. "보사노바의 수도, 리우"라는 뜻의 RIO CAPITAL DE BOSSA NOVA. 덕질에서 파생된 굿즈 작업의 첫번째로 적절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사노바라고 쓰인 부분을 흰색으로 채울까 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테두리만 인쇄한 지금의 버전이 글자라기보다는 타이포그래피같은 느낌을 주어 맘에 든다.

결과물이 굉장히 만족스러워 벌써 다음 작업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이걸 입고 나가면 세상 멋쟁이가 된 기분이 들 것 같다.